한국: 미중 무역전쟁과 패권전쟁을 넘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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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강대국간의 패권경쟁 사례들을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경쟁국들이 세계무역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단행하며 경제 살리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김정길 채권운용 2팀장,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코리아

2019/10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과 긴밀한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은, 7월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11% 하락하는 등,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조업 실업률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소폭 반등(전년대비 1.1% 상승) 했으나 이는 정부지출로 인한 성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경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 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신흥 부국이 기존 패권국가에 두려움을 줄 때, 결국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1.

투키디데스 함정2의 기본적인 논점은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의 다음과 같은 글에서 비롯됩니다 – “아테네의 부흥과 기존 패권국가인 스파르타의 신흥부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양국간의 전쟁은 불가피했다.”

기원전 5세기에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당시 시대를 선도하던 국가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었습니다. 스파르타는 기존 패권국으로 아테네의 부상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연합세력으로 구성된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구축하여, 아테네가 주도한 델로스 동맹을 무릎 꿇게 만들었습니다.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15세기 이후 부강한 국가들 간의 패권주도 경쟁 16개 사례 중에서, 4개의 경우만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림 1 참조). 그 중 하나는, 194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과 소련의 패권경쟁으로 1983년 미국이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군비경쟁(SDI: 전략적 방어 구상)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소련은 그 이후 농업 생산성의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를 겪게 되었고, 결국 계속적인 군비경쟁으로 인해 소련은 경제파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림1. 패권경쟁의 사례
그림1_패권경쟁의 사례

경제강국의 부흥과 몰락

과거의 전쟁은 군사력이 승패를 좌우했지만, 세계2차대전 이후 패권경쟁의 핵심은 ‘경제 영향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패권경쟁은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그 어떤 국가도 계속적인 경제우위를 장담할 수 없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1949년 중국 내전 이후, 미국과 일본은 중국 공산주의 세력과 이념에 맞서 연합세력을 구축했습니다. 한국전쟁 (1950년)과 베트남전쟁(1965년)에서 싸우기 위해 미국은 600억 달러의 군수 물자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의 GDP는 미국 GDP의 3분의 2 수준으로 성장했고 (그림 2 참조), 미국의 기술이전과 엔화약세로 일본의 제조업은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림 2. 글로벌 GDP 분포도 추이3

그림2_글로벌 GDP 분포도 추이

이러한 패권경쟁은 플라자 합의 체결 이후 일본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1985년에 일본은, 주요 경상수지 흑자국가(일본과 독일)의 내수진작과 통화의 평가절상을 통해, 달러 강세를 시정하자는 내용의 플라자 합의에 동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1986년말에 엔화는 미달러 대비 46%, 실효환율 기준으로는 30% 상승하는 등 엔화가 급등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1986년 상반기 일본수출과 GDP 성장률은 멈춰버렸습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하에,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도입하여 전례 없는 자산가격의 상승을 초래하였으며, 궁극적으로는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4이라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3분의 2(그림2) 수준이며, 2050년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5.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알루미늄6 및 철강7 생산국가입니다. 중국의 많은 IT 기업들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5G 기술개발도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청사진을 내걸어, 로봇공학, 첨단정보기술, 항공 및 신에너지차 등 첨단산업을 지배하는 첨단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야심을 기술 리더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은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존중하고, 국영기업들과의 불공정 경쟁으로부터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패권국은 무역강자에서 더 나아가 통화강자로 갈 잠재력을 갖습니다. 글로벌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가 결국 패권국이 되며 자본시장을 지배합니다. 환율과 관련해, 중국은 글로벌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길 원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를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자율성을 허용하고, 자본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결정이 따라줘야 할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 속도를 조절하여 자본유출을 막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글로벌 질서의 변화는 다른 국가에 영향을 줍니다. 중국의 급격한 발전과 한국의 혁신개발 지연으로 지난 20년간 한국의 경공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50%~60%를 중국에 내주었습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알려진 한국은 1960년대 초부터 1990년대까지 연간 7%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한국경제의 성장 전망은 인구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제조업 수출 감소, 일본의 수출제한으로 성장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또한, 중국이 ‘중국제조 2025’ 로드맵에서 명시한 핵심부품의 자급률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한국의 첨단기술 섹터 수출은 더욱 둔화될 것입니다.

 

희망과 뜻밖의 반전

세계경제가 점점 더 긴밀하게 융합되면서, 신흥강국은 세계무대를 공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이슈의 해결은 중국을 포함, 더 많은 국가의 참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상호이해를 추구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나, 이는 그동안 경험한 바와 같이 쉽지 않습니다.

이와 동시에, 예측치 못한 앞으로의 미래에 와일드카드는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미중 무역갈등의 해결책이 나온다면 기업 및 소비심리뿐 아니라, 야성적인 충동도 진작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북한의 성공적인 협상은 남북간 경제협력을 증대시키고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봅니다. 경기 둔화에 대비하여, 한국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까지 재정지출을 연간 9.3%까지 확대하여 혁신과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계획입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미중 관계에 놓인 도전의 무게와 이를 해결해야 하는 시급성을 일깨워줍니다. 비록 당장의 현실은 암울해 보이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부정적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미중 관계가 해소되면 한국은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금융시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 채권시장에서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을 볼 때, 이스트스프링은 채권투자에 대해 중립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4분기에 금리인하를 다시 한번 단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 전술적으로 듀레이션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료:
1 예정된 전쟁: 미국, 중국 그리고 투키디데스의 함정. 그레이엄 앨리슨.
2 이 이론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없다”에서 소개된 것처럼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지 않다. 아더 월드론. 2017년 6월. 
3 UN, 신한금융투자.
4 IMF. 2011년 4월. 글로벌 전망과 정책.
https://globalsecurityreview.com/will-global-economic-order-2050-look-like/
세계 광물 자원 현황 2019. 미내무부. 미 지정학 서베이. 
국제무역청. Global Steel Trade Monitor.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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